영화 보통의 가족 리뷰(최신 개봉작, 설경구, 장동건, 김희애, 수현)
영화 보통의 가족 리뷰(최신 개봉작, 설경구, 장동건, 김희애, 수현)
고등학생이 술을 먹고 만취해서 노숙자를 무차별 폭행합니다. 노숙자는 혼수상태가 되었고 아이들의 폭행장면은 CCTV에 찍혔지만 정확한 신원확인이 어렵습니다. 결국 노숙자는 죽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죄책감을 느끼지 못합니다. 그 아이가 예상치 못하게 우리 아이라면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런 질문을 던지는 영화가 있습니다. 10월 16일에 개봉한 영화 '보통의 가족'입니다. 네덜란드 작가 헤르만 코흐의 소설 '더 디너'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보통의 가족'은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영화의 기본정보
- 감독 : 허진호
- 개봉일 : 2024년 10월 16일
- 상영 시간: 109분
- 관람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 제48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
주요 출연진
- 설경구 : 변호사 '양재완' 역
- 수현 : 재완의 아내 '지수' 역
- 장동건 : 소아과 의사 '양재규' 역
- 김희애 : 재규의 아내프리랜서 번역가 '이연경' 역
- 홍예지 : 재완의 큰 딸 '양혜윤' 역
- 김정철 : 재규의 아들 '양시호' 역
알고보면 도움 되는 정보
서울 지역 중 강남 3구 청소년의 정신과 진료율 증가
최근 서울 지역, 특히 강남권에서 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의 증가세가 의미 있게 관찰되고 있습니다. 2024년 상반기 통계를 보면, 서울시 전체 아동·청소년 정신과 진료기관 599곳 중 강남·서초·송파 세 구에만 215곳이 밀집해 있어, 서울 전체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특징적인 분포를 보입니다.
환자 수 측면에서도 이러한 지역적 편중이 두드러집니다. 서울 전체 아동·청소년 정신과 환자 6만 6천여 명 가운데 약 2만 3천 명이 강남 3구에서 진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데, 이 지역의 교육 환경과 사회경제적 특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됩니다.
전국적 추세를 살펴보면 이러한 현상의 심각성이 더욱 두드러집니다. 18세 이하 정신과 진료 환자가 2019년 약 18만 명에서 2023년 30만 명을 넘어서며 4년 만에 65%에 가까운 급격한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이러한 증가세의 배경에는 우리 사회의 복합적인 원인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치열한 입시 경쟁으로 인한 심리적 부담, 학교 내 괴롭힘 문제, 코로나19 팬데믹이 남긴 사회성 발달의 공백, 그리고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위험요소들이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강남권에서 진료가 집중되는 현상은 이 지역만의 독특한 사회문화적 맥락을 반영합니다. 고비용의 장기 치료를 감당할 수 있는 부모의 경제적 기반, 상대적으로 더 치열한 교육 경쟁 환경, 그리고 양질의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가 단순한 의료적 차원을 넘어 우리 사회의 구조적 특성과 깊이 연관되어 있음을 시사합니다.
※ 엄마 살해하고 "난 촉법이야!"..'자신만만' 중학생의 최후 (2024.11.05/MBC뉴스)
영화의 줄거리
변호사인 형 재완(설경구)의 딸 혜윤과 소아과 교수인 동생 재규(장동건)의 아들 시호는 경제적으로 전혀 부족함이 없습니다. 혜윤은 친엄마가 죽고 재완이 지수와 재혼하였고 시호는 학교폭력을 당해 어떤 분노가 쌓여있습니다. 이것이 이들의 유일한 결핍입니다.
재완과 재규 두 가족이 저녁 식사를 하는 어느 날 아이들은 상류층 아이들이 모이는 어느 파티에 함께 가게 되고 그곳에서 술에 만취상태가 됩니다. 아이들은 노숙자를 무차별 폭행하고 이 장면은 CCTV에 고스란히 녹화가 되어 뉴스에 나오게 됩니다. 결국 노숙자는 혼수상태로 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사망합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재완은 피해자가 사망했으니 덮어두자는 의견이고 재규는 아이들을 경찰에 자수시켜야 한다고 하며 서로 대립합니다. 결국 두 사람은 자식에 대한 의견이 바뀌며 결정적인 사건으로 다시 충돌합니다.
책장과 극장의 감상평(스포가 약간 있습니다)
영화 보통의 가족이 주는 메시지를 저는 맨 처음 장면에서 찾았습니다. 야구선수가 딸아이를 태우고 고급 스포츠카(마세라티) 앞에 급정거를 합니다. 이유는 20대 초반의 스포츠카 운전자가 난폭운전을 했기 때문입니다.
야구선수는 차에서 내려 스포츠카 운전자와 서로 욕을하고 말다툼을 합니다. 흥분한 야구선수는 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트렁크에서 야구배트를 꺼내 스포츠카를 내려칩니다. 이에 격분한 스포츠카 운전자는 야구선수를 차로 치여 죽게 하고 조수석의 딸아이도 크게 다치게 합니다.
첫 장면을 자세하게 묘사한 이유는 이렇게 사람을 죽이고도 스포츠카 운전자는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장면 때문입니다. 결핍없이 크는 아이들. 부모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아이가 크면 이렇게 선과 악을 구별하지 못하고 잘못에 대한 죄책감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첫 장면에서 말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부모들이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고민하고 죄책감에 시달리는 동안에도 아이들은 미안해 하지 않습니다. 미안한 척하고 잘못을 뉘우치는 척만 합니다. 그러면 부모들이 믿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우리 아이들의 현실인 것 같았습니다.
부모가 되면 자식의 어려움을 모두 해결해주려고 합니다. 우리 아이가 힘들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지요. 하지만 아이를 위한다는 어른들의 행동이 오히려 아이들에게는 독이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공부만 잘하면 되고, 돈만 많으면 된다는 사고방식을 아이들에게 심어주는 것은 어른들이 아닐까요?
강남 3구의 아이들이 가장 좋은 환경에서 살고, 가장 좋은 학원을 다니고, 가장 많이 공부 하고, 가장 많이 정신과 진료를 받는 현실이 씁쓸하기만 합니다.
영화가 던지는 도덕적 질문들
1. 내가 만약 열 번의 선한 일을 했다면 한 번의 악행은 눈감아 줄 수 있는 것 아닌가?
2. 내가 사회적으로 봉사활동도 열심히 하고, 교회도 열심히 나가고, 어려운 사람도 잘 도와주고, 여러 명의 목숨도 구했는데 우리 아이가 잘 못했어도 한 번은 눈감아 줄 수 있는 것 아닌가?
판단은 여러분에게 맏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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