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영화 전,란 리뷰(넷플릭스 뭐봄, 강동원, 박정민, 차승원, 박찬욱 감독 제작, 역사적 사실 기반)
넷플릭스 영화 전,란 리뷰(넷플릭스 뭐봄, 강동원, 박정민, 차승원, 박찬욱 감독 제작)
드디어 10월 11일에 넷플릭스 영화 전,란이 개봉하였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어 기대를 가지고 보았습니다.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하여 두 주인공인 종려(박정민)와 천영(강동원) 사이에 일어나는 일들을 역사적인 사실들과 섞어서 보여주었습니다.
영화의 기본정보
- 제작 : 박찬욱
- 감독 : 김상만
- 출연 : 강동원, 박정민, 차승원, 진선규, 김신록, 정성일
- 상영시간 : 2시간 8분
배경을 알면 영화가 보인다
1) 정여립 모반사건과 대동계
영화 초반에 나오는 정여립 모반 사건(1589년)은 조선 선조 시기에 일어난 정치적 사건입니다. 당시 동인과 서인의 붕당 대립 속에서 발생한 역모 사건입니다.
정여립은 원래 서인의 인물이었으나, 이후 동인으로 전향하고 정치적 개혁을 추구하던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전라도에서 <대동계>를 조직해 평등사회를 주장하며 세력을 모으기 시작했으나, 그의 활동은 서인들의 강한 반발을 샀습니다.
사건은 황해도 관찰사 한준 등이 정여립이 역모를 꾸민다는 고변을 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정여립은 체포 직전 자결했으나, 이를 계기로 동인 세력이 대대적으로 숙청되는 기축옥사로 이어졌습니다.
이로 인해 천여 명에 달하는 동인이 처형되거나 옥살이를 하게 되었습니다.
2) 선조의 성품과 행동
영화속에서는 차승원이 선조 역을 맡아 의심과 조바심이 많은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또한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이고 잔인한 면도 볼 수 있습니다. 실제 선조의 성품은 어떠했을까요? 몇 가지만 알아보겠습니다.
첫 번째는 선조가 그렇게 무능력하거나 어리석지는 않았다는 것입니다. 임진왜란 전에 선조는 우수한 인재들을 등용했고 붕당을 이용하여 왕권을 강화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그 예로 이순신 장군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아무리 류성룡이 추천을 하였다고 하나 이름모를 장수를 종 6품 정읍 현감의 낮은 지위에서 전라좌수사라는 파격적인 인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선조가 강하게 밀어붙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오늘 날로 치면 대대장(중령)에서 갑자기 사단장으로 승진을 시킨 것과 같습니다.
두 번째는 혼자라도 살겠다고 도망쳤다는 것입니다. 선조가 한양을 버리고 의주로 피난을 간 것에 대해서는 여러 관점이 있는데, 임금이 무사해야 조선이 무사하다는 신념하에 도망친 것이 아니라, 나라의 성패를 책임지고 싶지 않아서 도망친 것이라는 연구들이 있다고 합니다. 즉, 조선이 망해도 나는 살아야겠다는 뜻이라는 겁니다. 또한 선조가 막판에 다시 돌아온 이유도 전쟁 중에 왕이 도망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던 명나라가 받아주지 않아서 였습니다.
세 번째는 의주로 도망치는 와중에 벌인 임금답지 못한 행보입니다. 임진강에서는 배를 불태우고 평양성에 도착해서는 백성들 앞에서는 평양성을 지키겠다고 속이고 몰래 밤에 도주하는 등의 행동으로 오히려 백성들을 혼란에 빠뜨린 것입니다. 임금이라고 할 수 없는 행동입니다.
네 번째는 영화와는 다르게 임진왜란 후 복구사업을 잘했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영화에서 처럼 임진왜란이 끝나자마자 경복궁을 재건하기 위해 혈안이 된 것처럼 행동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상당히 검소하게 살았으며 죽기 1년 전에야 창덕궁 재건 공사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전란 중에 동의보감 편찬을 명했으며, 전후 복구 시 농민들의 조세 부담을 1/3로 줄여주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선조의 성품은 극과극을 왔다 갔다 한 것처럼 보입니다. 선조의 성품에 대하여 율곡 이이가 평한 글을 인용하며 마무리합니다.
전하께서는 총명하고 지혜로움은 많으시나 덕을 쓰심이 넓지 못하고 좋은 말 듣기를 매우 좋아하나 많은 의심을 버리지 못하십니다. 그리하여 여러 신하들이 힘써 건의하는 것을 지나치지 않은가 의심하고 기개와 절조를 숭상하는 자를 교만스럽거나 과격하다고 의심하십니다. 또한 많은 사람들로부터 명예를 얻으면, 그에게 당파가 있지 않은가 의심하고 남의 죄와 허물을 공격하면 편파적으로 모함하지 않은가 의심하십니다. 더욱이 명령을 내리실 때면 말씀하시는 기풍이 곱지 못하고, 좋아하고 싫어함이 일정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며칠 전 교지(敎旨)에 말씀하시기를 "대언(大言)을 다투어 아뢰고 전에 없던 일을 행하기 좋아하고 있으니, 마땅히 풍속이 순박해지고 정치가 올바로 될 것이다."라고 하셨는데, 이 교지가 나오자마자 여러 사람들의 의혹은 더욱 늘어났습니다.
3) 누가 경복궁에 불을 질렀나?
임진왜란 당시 경복궁에 누가 불을 질렀는가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있습니다. 하나는 영화에서 처럼 선조가 도망치자 분노한 백성들이 경복궁을 불태웠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일본군이 불을 질렀다는 주장입니다.
첫 번째 가설은 선조가 도망치고 한양이 혼란에 빠지자 성난 조선 백성들이 궁궐을 약탈하고 불을 질렀다는 것입니다. 당시 백성들은 피난을 떠나는 조정을 비난하며 궁궐과 공공 문서를 보관하던 장예원 등 관청에 불을 지르고 노비문서를 불태웠다고 합니다. 이 의견에 대해서는 《선조실록》과 여러 관련 문헌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두 번째 가설은 일본군이 경복궁을 불태웠다는 설입니다. 고니시 유키나가 휘하의 일본 승병 기록에 따르면, 왜군이 한양에 도착했을 때 궁궐이 아직 불타지 않은 상태였는데, 이후 왜군이 철수 하면서 경복궁을 불태운 것이라는 겁니다.
이후 경복궁은 270년간 방치되었다가 19세기 말 고종이 즉위하면서 다시 재건되었습니다. 재건 작업은 고종의 아버지인 흥선대원군의 주도로 1865년에 시작되어, 1872년에 완성되었습니다. 이때 경복궁의 주요 건축물들이 복원되었고, 근정전, 경회루와 같은 대표적인 건물들이 재건되었다고 합니다.
4) 선조에게 죽임을 당한 의병장
영화에서는 선조에게 죽임을 당한 의병장 김자령(진선규)의 실제 이름은 김덕령입니다. 김덕령은 임진왜란 당시 활약한 의병장으로, 왜군에 맞서 싸운 공로로 명성을 얻었지만, 1596년 이몽학의 난과 관련된 역모 혐의로 체포되어 결국 고문을 받다가 억울하게 사망했습니다.
당시 김덕령은 그 혐의가 사실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선조와 조정의 불신으로 인해 처형되었고, 이후 그의 명예는 뒤늦게 복권되었습니다
5) 항왜의 실제 이름은 김충선
영화에서는 김충면이라는 이름으로 나오지만, 임진왜란 당시 활약한 대표적인 항왜(항복한 일본인)는 김충선(일본명: 사야가)입니다. 김충선은 가토 기요마사의 부하로 부산포에 상륙했으나, 곧바로 조선으로 귀순하였고, 조선에서 무공을 세워 김해 김 씨 성을 하사 받고 이름을 김충선으로 바꾸었습니다.
그는 조선군에 조총과 화포 제조법을 전수하는 등 전투에서 큰 공을 세웠습니다. 김충선 외에도 여러 항왜들이 있었으며, 그들은 조선 조정에서 성을 하사받고 조선군으로 활약했습니다
6) 강동원의 환도, 박정민의 사인검
영화에서 천영(강동원)이 무과에 대신 장원급제하여 임금으로 부터 하사 받은 칼은 환도입니다. 조선시대 전투용 칼입니다.
또한 임금의 호위무사가 된 종려(박정민)가 사용하는 칼은 사인검으로 보입니다. 사인검은 조선시대에 임금이 무신에게 하사하는 칼이라고 합니다. 왕의 최 측근 무사임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입니다.
책장과 극장의 감상평
영화는 조선시대 무신집안의 아들 종려(박정민)와 그의 몸종인 천영(강동원)의 신분을 초월한 우정을 그립니다. 임진왜란이라는 커다란 소용돌이 속에서 조선시대의 사회상과 임금과 양반의 무능력함, 그리고 스스로 나라를 지키기 위해 의병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그려 나갑니다.
중요 감상 포인트 첫번째는 현란한 검술 액션입니다. 최대한 사실적인 검술을 보여 주려고 노력한 것 같았습니다. 예전 영화들처럼 공중을 날아다니고 말도 안 되는 아크로바틱 연기가 아니라 사실적인 액션을 보여줍니다.
두 번째는 조선시대 임진왜란 당시에 있었던 사실들입니다. 공을 세우면 면천해준다는 약속, 귀와 코를 베어갔던 왜군의 만행, 공을 세웠으나 오히려 역도로 몰린 의병들. 그래도 의를 위해 목숨을 거는 의병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예나 지금이나 우리나라를 살렸던 사람들은 민초들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세 번째 19금 등급이라 조금 잔인한 장면이 나옵니다.
오랜만에 사극 검술 액션영화 한 편 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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